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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남천동 '소로소로' – 조용한 봄날의 점심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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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남천동 '소로소로' – 조용한 봄날의 점심

icebergismelting 2025. 3. 28. 20:41

2025. 3. 주말 어느날...

봄기운이 퍼지던 화창한 날씨에, 아내와 함께 남천동을 천천히 걸었다. 목적지는 작은 일본식 돈까스집 ‘소로소로’. 바쁜 도심과는 조금 떨어진 조용한 골목에 자리해 있었다.

한적한 거리 모퉁이에 자리한 소로소로. 파란색 천막이 인상적이다. 가게 안은 아늑하고 정갈했다. 오픈 주방 너머로 조리하는 모습이 보이고, 조명은 따뜻했으며, 테이블 사이 간격도 넉넉했다. 말이 필요 없는 분위기였다.

조용히 흐르는 시간 속, 정돈된 내부, 식당내를 살펴보니 우리외에도 미리 와있는 손님들이 몇몇 보였다. 그 중에는 외국인 여행객도 보였다. 여행책에 소개될 정도로 유명한 곳인가보다 생각했다. 식당내부에 '미슐랭 출신의 쉐프가 만든 프리미엄 카츠'란 문구가 눈의 띄었다.

◇ 우리가 주문한 메뉴

아내와 나는 메뉴를 한참 들여다보다가, 아래 네 가지를 주문해 나눠 먹기로 했다.
로스카츠 - 12,900원
작은 냉비빔메밀국수 - 6,000원
게살크림고로케 (2ea) - 5,000원
콜라 - 2,000원
기본으로 나오는 밥, 된장국, 김치, 그리고 직접 만든 양배추 드레싱도 함께였다.

🥢 바삭함과 부드러움의 균형 – 로스카츠

도톰하게 썰린 로스카츠. 고기 단면의 분홍빛은 신선함을 보여준다.

로스카츠는 바삭한 튀김 옷 안에 고소한 육즙이 차 있었다. 등심 특유의 담백함과 적당한 지방의 조화가 입에 착 감겼다. 고기 단면에 은은하게 남은 분홍빛은, 메뉴판 옆에 적혀 있던 설명처럼 ‘미오글로빈’ 성분 때문이라고 한다. 신선한 고기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니, 더 안심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 봄날에 어울리는 산뜻한 한 그릇 – 작은 냉비빔메밀국수

작은 냉비빔메밀국수는 사이드로 적당한 양.

소스는 맵지 않고 새콤달콤했고, 돈까스와 번갈아 먹기 좋았고, 기름진 음식 사이에서 입맛을 환기시켜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 작지만 깊은 맛 – 게살크림고로케

접시 위 오른쪽 위의 고로케 두 조각. 바삭한 겉과 부드러운 속의 대조가 인상적이다.

속은 부드럽고 고소했다. 튀김의 바삭함 뒤로 게살과 크림이 조화롭게 녹아들었다. 작은 사이즈지만 깊은 맛을 남긴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메뉴 중 하나다. 아내는 좀 느끼해서 많이 많이는 못 먹겠다고 했다.. 약간 호불호가 갈리는 듯 했다.

🧾 가격 및 정보

사이드 메뉴는 4,000원부터, 정식은 1만원대 중반 정도.
콜라는 2,000원. 전반적으로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은 편이었다.
사이드와 음료 메뉴판. 하이볼과 사와 메뉴도 있다.

소로소로의 돈까스는 직접 손질한 고기를 적정한 온도와 시간에 맞춰 튀긴다고 한다. 안내판에 적힌 설명처럼, ‘프리미엄’이라는 말이 과하지 않게 느껴졌다.

🍴 공간과 분위기

조리 공간이 한눈에 보이는 구조. 신뢰가 간다.

대화도 음식도 천천히 즐기기 좋은 곳.
모든 게 과하지 않았다. 조용한 공간, 정갈한 접시, 튀김의 소리...
이곳의 이름처럼 ‘소로소로’ — 천천히, 느긋하게 — 식사하고 나왔다.

점심을 마치고 다시 바깥으로 나서니 봄볕이 더욱 따스하게 느껴졌다. 가볍게 배를 채우고, 마음은 한결 여유로워진 시간. 남천동을 다시 걷기 시작했다. 다음에는 다른 정식도 시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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